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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 화목가정 - 탐방 - 서울 박재진 -정수연씨 부부

그날의 맞선이 성사된 까닭은 순전히 그녀의 미소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마주앉았는데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아, 이 여자는 내가 맘에 들었나 보다.] 그러나 웃는 것은 아내의 천성이었다. 그날의 그 미소는 어떤 역경속에서도 좀체로 사라지는 법이 없었다. 기업은행 서울 송파지점장 박재진씨와 정수연씨 부부. 남편은 지난 10월 10일 결혼 20주년을 맞아 모처럼 장미꽃 스무송이를 샀다. 그리고 쪽지에는이렇게 썼다. [7천 3백여일을 하루같이 마음졸이며 헌신해온 당신이 고맙고 자랑스럽구려] 아내는 가슴으로 꽃다발을 받으며 울음반, 웃음반으로 남편의 손을 잡았다.
돌이켜보면 아내는 약대출신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갖고 싶다는 꿈도 접어두고 전업주부로서 최선을 다해왔다.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동시에 네명이나 되는 시동생들을 돌보았고, 특히 막내 동생은 거의 키우다시피 정성을 쏟았다. 평생 잊지 못할 일이다. 결혼 5년째 되던 해인가. 셋째 남동생이 사업에 곤란을 겪자 5남 1녀의 장남인 박씨는 기꺼이 아파트를 팔아 도와줬는데 아내는 불평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5남 2녀의 셋째인 아내 역시 형제간에 우애가 돈독해야 한다는 신념에는 남편 못지 않았던 것이다. 몇달간 처가살이를 해야만 했던 당시의 상황은 가정적으로 비상사태라고 할만했다.

[어려울수록 저마다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박씨는 가족과 형제들을 모아놓고 단단히 일렀다. [모든 지출을 줄이고 최대한 저축을 하자. 당분간은 생일날도 서로 방문하지 말자] 그때의 [아파트출혈]은 두고두고 심각한 것이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우애를 지켰다는 점에서 슬기로운 처세였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이런 어려움 말고 정작 아내로서 마음을 졸인 것은 남편이 일을 벌이는 스타일에 있었다. 남편의 큰 장점이자 단점은 너무나 남을 믿어준다는 점이었다. 그는 신용대출에 과감했다. [담보나 보증인이 없으면 거래할 수 없다는 발상은 신용이라는 말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유망한 기업, 능력있는 기업인이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것은 곧 금융계의 직무태만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따라서 강자의 위치에 있는 은행이 리스크(위험)를 무릅쓰고 고객을 찾아가야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시장이 개방되는 마당에 더 이상 몸사리기식의 자세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때때로 예기치못한 손해를 감당해야 하느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쩌랴. 남편의 믿음과 실천이 옳다고 여겨지는 한 격려하고 응원할 수 밖에....
박씨는 노래하는 지점장으로 소문나 있다. 그는 가는 곳마다 합창단을 결성했다. 노래를 통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가꾸어 보겠다는 시도였다. 직원과 고객으로 구성된 그린하모니클럽은 정기적으로 합창발표회를 가질 뿐만 아니라 친목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고아원, 양로원을 방문하기도 하고 거리청소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고려대 재학중 합창부 서클을 이끌며 가졌던 꿈을 이룬 것이라고 할만하다. 그는 부부테니스클럽을 결성하는 일에도 열성을 보였다. 서울 당산역 지점장 재직시에 만든 해당화클럽을 비롯해서 고려대교우회클럽, 전에 살던 아파트단지의 클럽, 현재의 삼익 삼익아파트 클럽 등. 몇년째 계속되는 이들 네개 테니스클럽의 월례회에 이들 부부는 꼬박꼬박 참석한다. 이 덕분에 딸 소윤(천안외국어전문대)이와 아들 종덕(경기고 2)이도 웬만큼 테니스를 즐길 줄 알게 되었다. 네식구가 복식게임을 하는 모습은 보기도 좋다. [볼링 수영 등 온가족이 스포츠를 즐기는 편입니다. 함께 땀을 흘리고 나면 친밀감이 더욱 진해지는 것을 느끼지요.]

자녀교육을 놓고는 약간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내는 아버지가 엄하게 야단도 치고 단속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는 관대하다. 자녀들을 믿어주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유도하는 쪽이다. 수학에 약한 딸이 전문대 중 국어과를 선택했을 때 그는 잘했다고 칭찬해주었다. 명문대를 고수할 필요도 없고, 일등만이 최고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실-최선-명예]-신혼 때부터 내세운 가훈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은행원이 되면서 간직한 그의 인생관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금융인이었던 집안의 장남으로서 앞으로 은행장을 향한 꿈을 이루는데 이 세가지 덕목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제까지의 연륜속에서 진실은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다는 것, 과정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름답고 가치있다는 것,
직장과 가정에 대한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체험하고 깨달았다고 말한다. 아내는 남편이 벌여놓는 일 때문에 불안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의 사람됨과 지조에 대해서만은 안심이다. 남편은 직업상 많은 사람을 접대해야 하면서도 요령껏 2차는 사절하고 일찍 귀가한다. 이것은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남편은 자신보다 더 자신을 잘아는 아내의 조언과 판단이 아주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박씨는 주례를 서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지점장이라는 사회적인 지위에 앞서 금실좋은 가장으로서 더 점수를 땄기 때문일것이다. 그는 자신의 체험에 비추어 신혼부부에게 세가지를 말한다. [부부간의 사랑은 절대적이어야합니다. 양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즐거움을 가지십시오. 끊임없이 교양을 쌓고 공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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